신광모자원 소식지

	2012년 7월 (제20호) 사회복지법인 인성재단
발행처: 신광모자원 발행인: 김미숙 주소: 전북 군산시 나운동 1242-9 전화: (063) 462-7749 팩스: (063) 462-7741

《집단상담 후기》

"상담을 마친 후..."
글 주00

심리치료? 생소하고 어색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하거나 큰 충격이후 안정이 필요한 문제 성향의 사람들이 받는 거라 (생각했다). 상담사는 의식적인 미소를 머금고 자신이 배웠던 심리학책속의 사례들과 짝짓기 대입을 하기 바쁠 테고... 그 앞의 불쌍한 누군가는 찌그러진 얼굴로, 삶의 의미를 잃은 얼굴로, 혹은 울며 혹은 분노하며,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고 불쌍한지.. 침울함이 방안을 메운 무거운 그것이 라 (생각했다). 몇 달 전 몇몇 이웃이 심리치료를 받는다고 했을 때 내색은 안했지만 그들을 측은하게 (생각했었다). 집단 심리치료? 참 별별 것도 다하네 (생각했었다). 의무라는데 어떡해. 이곳에서 지내는 한은 어쩔 수 없지. 그것도 8회?..... 지겹다. 한 달에 한번 자조회하는 것도 귀찮은데. 그런 내가 집단치료에 참석을 했다. 처음 갔을 때 느낀 것... 역시 귀찮다... 이런 걸 도대체 왜 하는 거야... 두 번째... 장소가 바뀌었다.. 처음처럼 주위가 산만하지도 않았고, 공간이 작아져서인지 구성원 한명 한명이 좀 더 친숙하게 보였다.. 그들의 상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난 괜찮으니까.. 난 상처 같은 거 없으니까..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소장님은 내가 생각했던 상담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친구 같고..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왠지 후덕한...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나를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이 뭐였지..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 했었던 쌤.. 푼수새댁처럼 웃기도 잘하고 엉뚱한 말도 하면서.. 덕분에 모두가 함께... 그래.. 함께인 것 같았다.. 누구는 상담사고... 누구는 상담받고... 그런 구분이 흐트러진 계기가 된 것 같다.. 다들 참 사연도 많다.. 저러고 어떻게 살았을까.. 나도 모르게 같이 울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난 그들보다는 행복하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그들과 다른 것 같다.. 평소 튀는 행동을 잘하고 직설적이긴 하지만 솔직한 성격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 이곳에서의 나는 소장님을 난감하게 하는 4차원 같은 느낌이다.. 마지막... 8번째.. 드디어 마지막이다.. 이젠 모두가 친구 같다.. 이곳에서 2년을 살며 스쳐 지나쳤던 사람들... 그들의 근황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별로 어울리고 싶지도 않았다...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표현 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런 그들이.. 그랬던 그들이 이젠 친구 같다..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함께 나누었던 지난 7회간의 시간들이 그들과 나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내게도 이웃이 생겼고 한꺼번에 많은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주제.. 눈을 감고 명상... 나무를 떠올린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들... 소장님이 처음으로 풀이를 해주셨다.. 나무가 나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나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나도 몰랐던 나를... 그리고 지난 7회동안 느꼈던 나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나였다.. 그것이 나였다... 내게 조차 보여주지 않고 꽁꽁 숨겼던 나였다.. 내가 거부해 내 발자국을 따라 띄엄띄엄 따라붙던 나의 기억들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그러면서도 내가 부끄러워했던 사랑하는 나의... 불러본지도 오래된.. 엄마... 아빠... 봇물이 터진 듯 눈물이 나왔다.. 나의 상처가.. 나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정하지 않았던.. 인정하기 싫었던 나의 패인 자국들이 보였다.. 그러면서 나의 문제도 인식이 되었다.. 아~ 내가 그래서 이랬었나... 나는 많이 아팠는데 아픈 줄 몰랐고 속으로 곪아 들어가는데도 연고하나 발라줄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 내가 한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부끄러움 없이 내 가슴을 열었다.. 후련했다... 말하고 나니 이리도 후련하고 시원한 것을... 잠자리에 드러누웠다... 잠은 오지 않고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부끄럽게만 생각했던 엄마가 떠올랐다... 여자는 어려서 고생하면 커서도 고생한다고 물 한 그릇을 못 떠오게 했었다.. 중학교 교복을 맞출 때 남들은 더 자랄거라며 크게들 맞추어 허수아비 같았는데 초라한 엄마의 행색에 교복점 아저씨는 한 치수라도 크게 맞추라고 했지만 엄마는 내 몸에 딱맞게 이쁘게 맞춰주셨다.. 돈이라면 벌벌 떠는 우리 엄마가... 잊고 있었다.. 따뜻했던 기억들.. ... 내 형제들도 떠올랐다.. 싸운 기억들 보다는 애틋한 기억들이 더 많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의지했는지... 내일은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해야겠다... 내 형제에게.. 8년 동안 내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내가 버렸던 내 형제들에게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 입으로 말해야겠다... 내가 이런 용기를 낼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내가 나를 돌아다보게 되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손을 잡기 위해 일어설 수 있도록 내 마음의 문을 열어준 심리치료과정을 준비해주신 모자원 원장님, 쌤들.. 소장님.. 함께해주신 내 이웃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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